사랑합니다, 내 마음의 고향을

 

2022. 12. 11 () 저녁 630, 본방송!

연출 배대환 글구성 장소영

촬영 박상우

 

----------------------------------------------------------



 


<공간다큐 만남>, 그 마흔여덟 번째 이야기는

너른 품으로 이방인을 품어주는 도시, 과천에서

`내 마음의 고향`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관악산과 청계산에 둘러싸인

인구 7만 명의 소도(小道)이자,

북쪽으로 서울시 관악구와 서초구를 머리에 이고 있는

서울의 관문과도 같은 도시

 

1980년대 서울에 집중된 행정 기능을

분담하기 위해 지어진 이곳은,

초기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에게

베드 타운` 혹은

행정 편의를 제공하는 도시정도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연륜이 쌓이고 품이 넓어진 이 도시에

어느덧 둥지를 틀고 마음 붙이며 살아가는 이들이

늘어가기 시작했다.

 

정 붙이면 고향이 되는 게 사람살이라 했던가.

가족을 만들고 꿈을 짓다 보니

언젠가부터

`사랑하는 내 마음의 고향`이 되어버린 도시,

과천의 이야기 속으로 떠나보자




 

과천에서 만나다 - 줄 위에서 풀어내는 삶의 희로애락

 

줄광대와 어릿광대가 삼현육각(三絃六角)의 연주에 맞춰 익살스러운 재담과 기예를 벌이는 전통 줄타기는 1976년 국가무형문화재 제58호로 지정된 우리 고유의 놀이 문화다. 기예를 중심으로 하는 외국의 줄타기와는 달리 춤과 재담, 소리를 통해 관객들과 교감하고 삶의 희로애락을 풀어내며 신명풀이라는 정점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묘미. 반면 수련 기간이 길고 전수 받기가 쉽지 않아 한동안 그 명맥이 끊어지다시피 했다. 그 가운데 어렵게나마 줄타기의 계보를 이어오고 있는 곳이 있다. 근 몇 백년에 걸쳐 걸출한 줄광대를 배출해 온 줄타기의 본향, 과천 갈현동이다.

과천 줄타기 전승 교육장은 지난 2000년도 제2대 예능보유자로 지정된 김대균 명인이 꾸준히 전승 사업에 공을 들여오고 있는 곳. 현재 10여 명의 제자들이 제2의 김대균을 꿈꾸며 매일같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데. 외줄 위를 자유자재로 날기 위한 고도의 집중력과 균형감각, 그 위에서 펼치는 40여 가지의 기예는 그저 연습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발바닥에 박이는 굳은 살, 사타구니나 엉덩이에 생기는 피멍과 생채기를 견디어 내고, 줄을 내 몸처럼 다루는 감각적인 수련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 고단한 과정이다. 그럼에도 줄 위에서 보는 세상이 아름다워 시간 가는 줄도 모른 채 줄타기에 몰두한다는 이 젊은 줄광대들은 1,300년 역사를 이어 나갈 우리 전통 줄타기의 귀중한 미래다.

김대균 명인의 바람은 이제 한 가지밖에 없다. 우리의 아이들이 우리 고유의 문화예술을 보다 안전하고도 쾌적한 환경에서 전수 받았으면 하는 것이다.

오늘도 과천에 가면, 이 젊은 줄광대들이 풀어내는 삶의 희로애락을 만날 수 있다.

 

 




내 고향 과천과 함께 꾸는 꿈” - 막걸리 양조장 서형원 대표

 

전국에서 손꼽히는 계획도시이자 행정도시로 꼽히는 과천에 술 빚는 양조장이 있다! 알고 보니 과천은 과거 `주막의 천국`으로도 불렸던 도시라고!? 그중에서도 유명한 곳이 바로 `남태령 옛길`이다! 서울과 과천을 잇는 주요 교통로인 이곳은, 조선조에도 한양과 삼남(三南), 즉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를 잇는 유일한 관문이었다고.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 길가는 나그네들을 위한 주막촌이 성행했던 곳이다. 그런 까닭에 1970년대까지도 양조장이 남아 있었지만 이후 도로 건설에 밀려 하나씩 둘씩 뒤안길로 사라진 것! 그런 이곳에 `주막`의 명맥을 살리고자 `막걸리 양조장`을 세운 사람이 있다. 과천으로 이주온 지 26년차, 시내에서 전통 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서형원 대표가 바로 주인공이다! 한때 과천을 대표하는 환경운동가와 시의원으로도 활동했을 만큼 지역 사랑이 남다른 그는 막걸리 양조장 역시 `지역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는 운영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소액 주주들이 참여하는 주주 제도, 선입금 금액의 120%만큼 술을 가져갈 수 있는 창업 고객제도는 지역 주민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한 지역 밀착형 경영 전략의 하나! 더불어 그는 수입쌀이나 타지의 쌀이 아닌, 경기도에서 나는 햅쌀로 술을 빚는다. 지역의 자연과 농업, 주민의 삶과 함께하는 지역 특산물로서의 막걸리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인 것이다.

반면 단맛을 내는 인공감미료는 일체 넣지 않기 때문에 본연의 막걸리 맛을 찾는 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는데...

과천이 좋아 과천에 정착했다는 그에겐 태어난 고향은 아닐 지라도 반평생을 보낸 이곳이 마음의 고향이나 다름없다. 오늘도 그는 우리 쌀로 만든 우리 동네 `과천 술`을 알리고자 부지런히 막걸리를 빚는다.



 


과천화훼단지 사람들의 마지막 겨울 이야기

 

관악산과 청계산에 둘러싸인 대표적인 전원도시 과천. 전국에서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히는 반면 85%가 넘는 면적이 개발 제한된 구역이다 보니 이렇다 할 산업단지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 과천의 경제성장을 30년간 이끌어 온 산업이 있다. 바로 `화훼산업`이다. 1970년대 강남의 개발로 인해 서초동 꽃 거리에서 이주해온 화훼인들에 의해 1991년 조성된 과천화훼단지. 2만 평 부지에 180여 점포가 자리하고 있는 이곳은 한때 수도권 화훼 생산량의 60%를 차지, 전국 화훼유통의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구축하는 성과를 이뤄낸 국내 화훼산업의 중심지였다.

그러던 이곳이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 침체와 코로나19로 행사가 사라지면서 선물용 꽃 시장이 크게 위축된 것. 하지만 어찌하랴, 시절이 그러한 것을. 꽃을 키우고 희망을 키우며 자식을 먹여온 터전이 있기에 하루가 힘들지 않다. 더군다나 평생을 동고동락해온 이웃들이 곁을 지키고 있으니 세상 든든하기 그지 없는데... 그렇지만, 이렇게 터전을 지키며 한솥밥을 먹는 것도 올겨울이 마지막이 되었다. 주암동 일대의 도시개발로 내년 봄부터 과천화훼단지가 해체되고 새로운 복합유통센터를 짓게 된 것. 다행히 임시판매장을 마련해 급한 대로 이전을 하게는 되었지만, 기존 규모의 3분의 1 남짓한 적은 면적이라 모든 이들이 자리잡기란 불가능하다. 누군가는 원치 않아도 이곳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웃을 잃고 터전을 잃고 30년을 일구어 온 상권이 무너질 위기에 시름이 깊은 화훼인들. 힘겹게 정착한 땅에서 다시 새로운 이별과 마무리를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 왔다. 이 겨울이 지나면 희망도 다시 움트는 것일까? 언젠가 다가올 봄날을 기다리는 과천 화훼인들의 이야기를 담아 보았다.

 

 

공간다큐 시즌2는 탤런트 임채무 씨가 내레이터로 참여해 숨은 도시의 매력을 들려준다.



 

<공간다큐 만남>의 마흔여덟 번째 이야기는 1211630,

[사랑합니다, 내 마음의 고향을 경기도 과천시] 편에서 만날 수 있다.

 

과천 편 연락처

과천도가 02-504-7017

전통줄타기보존회 02-3418-7790

과천 화훼집화장 02-502-68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