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W '철새마을 양지리 두루미 할배들' 11일 오후 9시 방송



 

강원도 철원군 양지리 마을에는, 매년 겨울 철원평야를 찾아오는 귀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1년 열두 달이 바쁜 할배들이 산다. 

봄과 여름에는 비옥한 땅을 일궈 손님을 위한 터전을 가꾸고 가을에는 수확한 곡식으로 먹을거리를 준비한다. 

겨울이 되면 빈 논에 물을 채워 잠자리를 마련하는 등, 이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손님은 바로, 수천 km를 날아 찾아오는 천연기념물 두루미다. 무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두루미와 함께 겨울을 나고 있는 양지리 할배들. 여기에는 두루미에 얽힌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  



▶ 두루미 바라기가 된 양지리 할배들의 사연은?

 15종의 두루미 중 무려 6~7종의 두루미가 찾아오는 강원도 철원. 그 중 멸종위기종인 두루미와 재두루미는 전 세계 개체수의 절반 가량이 이곳에서 겨울을 날만큼, 철원은 세계 최대 두루미 월동지다. 

이는 철원이 민통선과 가까운 지역 특성상 사람의 접근이 적고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땅을 두루미의 안식처로 지켜온 것은 바로 양지리 할배들이다.


 

“91년도에 두루미를 일곱, 여덟 마리를 동송포 앞에서 발견한 거예요. 왜 그렇게 기분이 좋은지... 그걸 보려고 스티로폼을 두루미 모양으로 깎았어요. 그게 있으면 공중에서 두루미가 빨리 보고 내려오지 않겠나 하고요. 그러고 나서 두루미를 보려고 아무도 모르게 집에서 볍씨를 조금씩 훔쳐다가 두루미한테 먹이로 갖다 준 거예요.”

-한국두루미보호협회 철원군지회 회장, 백종한 할배-



 두루미의 고귀한 모습에 한눈에 반한 백종한 할배는 지인 일곱 명을 모아 순찰을 돌고 먹이를 주면서 보호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이 마을 사람들 모두에게 환영받았던 것은 아니다. 환경부에서 두루미가 찾아오는 철원을 자연생태계 보호지역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하면서 농민 대다수는 자신의 농토를 뺏기지 않을까, 염려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땅을 뺏길까 봐 반대한 거고 우리는 새를 보호한다고 하니까 (우리한테) 총알이 막 날아오죠. 그때는 2년 동안 진짜 말도 못 꺼냈어요. 미친놈이라고 욕을 얻어먹고 그랬어요.”

-한국두루미보호협회 철원군지회, 정규동 할배-



▶ 생태계 우산종(umbrella species), 두루미 우산을 펼쳐라!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제는 양지리 마을의 86가구 중 37가구가 두루미보호협회 회원이 되었다. 두루미에게 빈 논을 내어주고, 매년 20여 톤의 곡식을 아낌없이 먹이로 나눠준다.  

추수 후에는 잘게 썬 볏짚을 논바닥에 깔아 두루미들이 꽁꽁 언 땅에서도 쉽게 먹이활동을 하도록 돕는다. 



 

성격이 예민한 두루미가 사람 눈에 띄지 않고 편히 쉴 수 있도록 손수 가림막을 설치해 온 지도 16년째. 두루미가 월동하는 11월부터 3월까지 매달 두루미 개체수를 조사해 두루미 생태를 파악할 수 있게 된 것도 주민들이 오랜 시간 두루미를 꼼꼼히 살피며 전문가가 된 덕이다. 

그 결과 10년 사이 철원의 두루미 개체수는 4배가 증가했고, 작년에는 무려 6천 마리 이상의 두루미가 철원을 찾았다.  

30년 세월을 두루미 바라기로 살며 두루미만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난다는 양지리 할배들.  두루미 보호를 반대했던 사람들도 한마음으로 두루미와 공존하며 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OBSW ‘철새마을 양지리 두루미 할배들’은 오는 12월 11일 오후 9시에 방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