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회 수작 부리는 그녀, 아내가 귀촌했다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이곳은 수작 부리는 카페입니다~

한국 백경에 드는 명산으로 손꼽히는 무주군 적상산, 그 아래에는 1년 전 귀촌한 이선영(51)씨의‘수작 부리는 카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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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영 씨를 찾아온 이들로 북적이는 이곳에서는 바쁜 주인장 대신 손님이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시는 주객전도가 다반사라는데~ 거기다 믿을 수 있는 무주산 제철 과일만 이용하는 선영 씨 덕분에 농산물의 판매부터 홍보까지 한 번에 해결했다는 지역 농민들은 한잔이라도 더 사 먹는 게 상부상조 아니겠냐며 카페 문턱이 닳도록 들락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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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문 연지 1년 만에 카페가 문전성시를 이룬 데엔 그만한 비법이 있다는데. 어차피 매일 열어야할 카페 문, 어차피 켜 놓아야 할 불- 사람 없이 아름다운 공간보다는 사람 있어 북적이는 공간이 살아있는 공간이라고 믿는 선영씬 수작부리길 원하는 이들을 위해 카페의 문턱을 낮췄다. 바느질 좋아하는 사람들은 카페에 와서 자수를 놓고 옷을 만들고,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카페에 모여 흙을 도닥이며 싹을 심고, 빵 좋아하는 사람들은 카페에서 직접 레시피를 개발해 빵을 구웠다! 어느새 동네 사람들에게 선영씨의 카페는 수작 부리는 동아리방이 됐고,  이제 동네사람들은 수작을 부리러 선영씨 카페를 찾는다. 수작 부리러 모여든 사람들이 다시 카페를 찾을 땐 혼자가 아니라 둘- 그렇게 카페는 동네의 북적이는 사랑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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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수작을 부릴 수 있도록, 있는 공간을 나누다 보니 여러 동아리를 통해 귀촌 여성들과의 인맥을 쌓게 된 선영 씨. 그들의 도움으로 카페 인테리어도 저렴하게 할 수 있었다는데… 리모델링부터 집기 구매까지, 카페에 들인 비용은 총 4000만 원! 갓구운 빵 냄새가 아침을 깨우고~ 직접 만든 소품들로 꾸며진 이곳은 사람에 의한, 또 사람을 위한 선영 씨의 수작 부리는 카페다.



귀촌예행연습으로 찾은 건강! 내친김에 남편 버리고 먼저 귀촌하다!!!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이었던 선영 씨가 이른 귀촌을 택한 건 삶의 속도를 늦추고 잃어버린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였다. 시댁 식구들 모시랴~ 아들 둘 키우며 직장생활 하랴~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정작 자신을 챙길 여유가 없었던 그녀, 출장 다녀오는 공항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고, 갑상선 항진증에 부정맥 등의 합병증까지 진단받았다. 선영씬 결국 매일 백 미터 달리기를 한 사람처럼 숨을 헐떡이고 다리 근육은 풀려 잘 걷지도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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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아내를 쉬게 해 주고 싶었던 남편 이재혁(54)씨는 무주군 설천면에 작은 캠프장을 마련하고 귀촌예행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부부는 쌈지막한 땅을 사고, 직접 잔디를 깔고, 중고 컨테이너까지 들여놓은 그들만의 아지트에서 주말마다 캠핑을 즐기며 귀촌예행연습을 실천해 왔다.


어릴 적 로망이던 앵두나무와 보리수도 심어보고~ 남편과 함께 땀 흘려 일한 뒤, 별 보다 잠이 들기를 10년째-  선영씨는 어느새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지난해 아직 현역에서 형사로 재직 중인 남편을 대전에 남겨둔 채 본격적인 ‘나 홀로 귀촌’을 시작했다! 호박꽃이 아름다운 걸, 그 끝에 달린 열매가 귀한 것을

이곳에 온 뒤에야 비로소 알았다는 선영 씨-

멈추고 나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 앞에서 그녀는 매일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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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오늘, 설레는 내일~ 날마다 기대되는 두 번째 인생!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진 것 같아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난다는 거니까요”

-빨간머리 앤 中에서-

빨간 머리 앤을 좋아했던 소녀는 어느새 ‘워커홀릭’으로 일 하나는 끝내주게 하는 중년이 됐다. 하지만 웬일인지, 어떤 일을 해도 어떤 사람을 만나도 설레지 않았던 인생 1막의 끝자락- 매일 아무 일이 없길 기도하며 사는 바쁜 하루 속엔 행복도 설렘도 없었다.  그런 그녀가 다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내일을 기대하며 눈을 뜨게 됐다. 무주에서의 새로운 일상이 그녀를 설레게 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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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귀촌’을 감행해, 수작부리는 카페를 문 연지 1년- 그녀는 또 다시 설레는 일을 찾아냈다. 선영씨는 무주산골영화제에서 열리는 플리마켓에 ‘수작부리는 여자’라는 이름을 걸고 직접 구운 빵을 팔기로 한 것이다. 동도 트지 않은 새벽에 일어나 제빵 연습에 몰두하면서도 반죽이 아기 엉덩이를 만지는 것 같다며 즐거워하는 그녀- 출품메뉴는 도톰한 우유 식빵을 달걀 물에 푹 적셔 구운 뒤 무주산 블루베리 잼과 함께 선보이는 프렌치토스트와 갖가지 채소와 감자를 마요네즈에 버무려 모닝빵을 꽉 채운 샌드위치다. 장사로 돈을 벌 생각보다도 영화제를 찾은 손님들에게 자신의 빵 맛을 검증받을 생각에 또 다시 설렌다는 그녀- ‘빨간머리 앤’을 머리맡에 두고 매일 부푼 마음으로 잠들곤 했던 소녀의 쉰 한 살, 인생 2막 이야기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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