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회 복숭아나무에 사랑 걸렸네

방송일시 : 2019년 06월 17일 월요일 밤 11시

낙동정맥 끝자락,

영덕의 산골 오지마을에 복숭아밭을 일군 부부

대게의 고장 영덕이라 하면 대개 바닷가 마을을 떠올리지만, 북서쪽을 향해 차로 30여분을 들어가면 해발 400m에 자리한 산골 오지마을이 있다. 9년 전, 낙동정맥의 끝자락에 자리한 백청리 잣나무골로 들어온 조창선(60), 심은경(52) 부부는 영덕 하늘 아래 첫 마을인 이곳에 150 그루의 복숭아나무를 심었다.

이제 갓 맺히기 시작한 복숭아 열매를 솎아주고 해충 방지를 위해 봉지 씌우는 작업을 마주보고 서서 하노라면 없던 애정도 샘솟는다는 부부. 매일 아침 문을 열고 나오면 보이는 거라곤 온통 초록인 산 속 과수원은 하루 종일 사람 구경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두 사람만의 낙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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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뚝뚝한 남편과 흥부자 아내의 과수원 연가

도시에서 운수업을 했던 조창선 씨와 인쇄소에서 일했던 심은경 씨도 대부분의 맞벌이 부부가 그렇듯 서로 얼굴 볼 새가 없는 삶을 살았다. 그러나, 산골 오지마을로 귀촌한 뒤부터는 매일 함께 일하다 보니, 보기 싫어도 볼 수밖에 없는 게 서로의 얼굴이 되어버렸다.

남편 창선 씨는 무뚝뚝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남자! 호탕하고 사람 만나길 좋아하는 아내 은경 씨는 말없는 남편이랑 하루 종일 있다 보면 입에 거미줄 치기가 십상이라는데... 그래서 은경 씨는 오늘도 포도밭에서 좋아하는 트로트음악을 틀어놓고 말 대신 춤이라도 한 번 춰보라며 남편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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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고 나면 오갈 데가 없어 금방 화해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도시에 살 때보다 싸우는 횟수가 점점 줄었다는 두 사람. 하루 일을 끝내고 첩첩이 에워싼 산골 풍경을 안주 삼아 은경 씨가 직접 담근 막걸리를 나눠 마시는 해거름, 부부의 애정도 노을처럼 붉게 익었다.

귀촌 9년, 한숨과 눈물로 쌓아올린 시간

산골로 들어오기 전, 7년 동안 주말농장을 꾸리며 귀촌을 준비했던 부부. 소규모 과수원을 꾸리고 창선 씨가 좋아하는 등산을 즐기며 유유자적한 삶을 살고자 꿈꾸었는데, 아뿔싸! 일이 커져 버렸다. 4천평 복숭아밭에 천여평의 포도밭, 그리고 산비탈에 있는 고사리밭과 고추밭까지... 부친이 농사 짓던 밭과 여동생이 사둔 빈 땅을 놀릴 수 없어 농사 규모가 예상치 못하게 커져버린 것이다. 게다가 경험도 지식도 부족한 초보농부 창선 씨가 유기농을 고집하는 바람에 귀촌 후 3년간은 복숭아고 포도고 수확을 하지 못해 생활고를 겪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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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의 여유와 낭만은커녕, 갈수록 할 일만 늘어갔다는 부부. 그러나, 은경 씨를 괴롭힌 건 고된 농사일보다 외로움이었다. 귀촌 초기, 무뚝뚝한 남편마저 농사일에 빼앗긴 은경 씨는 인적 없는 산골 생활이 너무 무섭고 외로워 남편 몰래 눈물도 많이 흘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게 체험전문가 자격증 따기. 전통 된장과 간장, 고추장부터 돌복숭아와 포도로 만든 수제 과일청, 천연 화장품과 비누 등등.. 수십 개에 달하는 수료증과 자격증은 은경 씨가 눈물로 쌓아올린 공든 탑이었다.

두 번째 신혼이 된 산골에서의 인생 2막

올해로 귀촌 9년째를 맞이한 부부. 애초의 로망과는 달리, 후회와 눈물도 있었지만 부부는 인적 없는 산골에 들어와 얻은 게 더 많다. 해마다 유기농으로 공들여 키운 작물을 수확하는 일도 뿌듯하지만, 무엇보다 큰 수확은 해가 갈수록 묵직해지는 서로에 대한 애정이다. 머위와 돌복숭아, 오디와 산딸기 등 계절마다 자연이 내어주는 선물은 덤이다. 산딸기가 익어가는 계절, 산 속 과수원에서 복숭아와 함께 두 번째 신혼을 가꾸고 있는 조창선, 심은경 부부의 인생 2막을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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