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서천 천방산 자락

뭐든지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야 하는 아내 박애숙(60)씨와

그런 아내와 달리 한 박자 느린 남편 송형국(67)씨가 살고 있다.

키우는 작물보다 키우지 않는 작물을 꼽는 것이 더 빠르다는

부부의 집에는 고추, 콩, 양배추, 들깨는 물론

몸에 좋다는 돼지감자, 삼채, 하얀 민들레, 가시오가피 등

그야말로 먹거리가 지천이다.

7년 전, 충남 서천으로 귀농한 부부에겐 유기농 농사가 삶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처음엔 양약을 먹지 못하는 특이체질 아내와

불임이던 아들 부부 때문이었지만

지금은 부부와 함께 살고 있는 처제를 위해서 유기농 농사를 짓는다는데...

다행히 눈앞에 보이는 일은 모든 바로바로 빨리 해내고야 마는

아내 덕에 그 많은 일도 뚝딱이다.

다만, 조금 빠른 아내에 비해 조금 느린 남편 때문에 애가 탄다는 아내!

하지만 남편에게도 할 말은 있다.

안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느릴 뿐!

늘 도움이 되고 싶지만 아내의 기대에 부족하기만 한 남편은

오늘도 빠르게 사는 아내와 속도를 맞추기가 버겁다.

조금 빠른 토끼 같은 아내와

조금 느린 거북이 같은 남편의 특별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방 송: 2014년 8월 26일(화) 밤 11시 05분

 

#1. 40년째 일복 터진 부지런한 토끼 아내

스무살 꽃다운 나이에 친정집의 가난이 싫어 남편과 결혼했다는 아내. 하지만 남편의 다섯 형제와 시부모님까지 모시고 살아야했던 맏며느리라는 이름표는 아내 손에 물마를 날이 없게 했다. 게다가 시누이와 시동생들 학교까지 보내다보니 이러다 내 자식들은 대학도 못가겠다 싶어 무엇이든 닥치는 일은 열심히 했다는 아내. 이제 시집살이도 끝났겠다. 자식들도 다 키웠겠다. 그동안 고생했으니 시골 가 편히 살자는 남편 말에 따라나섰는데, 오자마자 살집 짓느라 고생! 농사짓느라 고생! 가축 밥 주느라 고생! 오늘도 아내의 고생은 끝이 없다.

그렇게 늘 고생만 하는 언니의 모습을 지켜보기가 안쓰러운 동생은 요양차 내려왔다는 시골에서 언니 따라다니며 일 돕기에 바쁜데...

남편은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미안해 죽겠다. 공기 좋은 곳에서 요양하라고 부른 것이 자신이기 때문. 그런 미안함은 바쁘게 일하는 아내에게 일하지 말라고 잔소리가 되어 돌아가고 만다.

 

#2. 거북이 남편의 항변 “안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조금 느린 것이다!”

바쁘게 일하는 아내를 보고 천천히 일하라고 하는 잔소리 하는 남편. 그러면 좀 직접 도와 달라는 것이 아내의 요구사항이다.

그런데 남편은 그 말을 들으면 또 섭섭하다! 남편은 절대 일을 안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너~무 부지런한 아내에 비해 조금 느릴 뿐!

남편의 말에 따르면, 아내는 원체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일중독이란다. 그러니 지금 당장 하지 않아도 될 일을 눈에 보이는 대로 족족해야 하고, 남편이 하고 있으면 답답하다며 일을 빼앗아가 후다닥 해버리니 남편 입장에서는 도와주고도 늘 바가지만 긁혀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 게다가 한 번 일을 시작했다하면 밥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쑤니 밥도 제대로 얻어먹지 못하는 신세가 가끔은 처량하기까지 하다.

 

#3. 느리지만 진~한 남편의 사랑

그래도 남편은 닭을 잡아 삼계탕도 끓여준다 하고, 건강에 좋다는 황토 찜질방도 만들어주겠다며 아내와 처제 사랑이 끔찍하다. 다만 닭을 잡겠다며 고장 난 세탁기 가져다 닭 잡는 기계부터 만드니 올 해 안에 직접 끓인 삼계탕을 맛 볼 수 있을지 의문이고~

벌써 2년째 짓고 있는 찜질방은 벽돌 하나 놓고 가로로 놓았다, 세로로 놓았다 고민하는 통에 도통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으니 죽기 전에 완성만 시켜주었으면 하는 것이 아내의 바람이다. 그래도 느림보 남편의 장점이 있었으니, 한결같다는 것(?)이다.

찜질방 바닥에 보온재로 쓴다며 유리병을 모으고 있는데, 덕분에 매일 저녁 반주로 소주 한 병씩을 마시는 일은 참 꾸준히도 해 오고 있다는데~

아내와 처제를 위해 한다는 일에 구박할 수도 없고 미워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남편 덕에 기가 막혀 웃는 날이 많다보니 어쩐지 행복한 것 같기도 하다는 아내.

40년 세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