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 특별기획 세상을 움직이는 역사

이토록 아찔한 경성

여섯 가지 풍경에서 찾아낸 근대 조선인들의 욕망과 사생활

OBS PD 한성환 엮음 | 김병희 김인회 이수광 이영미 이충렬 최영묵 지음 | 꿈결

 

>> 책 소개

 

아찔한 신문명과 구시대적 질서가 충돌하는 신세계,

변화의 바람에 들썩이는 근대 조선을 엿보다

 

나라를 뺏긴 암울한 정치적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꿈틀대는 일상의 욕망들

광고, 대중음악, 사법제도, 문화재, 미디어, 철도

여섯 가지 키워드로 읽는 우리 근대의 아찔한 뒷모습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트로트 가락에 젖는 여인, 통학 기차에 올라 일간 신문을 읽는 학생, 광고에서 본 맥주를 마시며 옛 그림을 수집하는 신사, 우는 아이도 뚝 그치게 만드는 무서운 경찰……. 21세기 현대인들과 다를 바 없는, 일제강점기를 살던 조선인들의 일상이다. 식민지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기쁘면 맥주를 마시고, 슬프면 축음기로 노래를 들었으며, 아이들에게 이유식을 사 먹이고, 기차를 타고 해수욕을 떠났다.

우리는 과연 일제강점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일제강점기를 그저 항일투쟁, 독립운동, 친일파, 일제 탄압 같은 단편적 지식과 이미지로만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토록 아찔한 경성은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일제강점기의 문화?사회상을 집중 조명하여 당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는 정치적으로 나라를 빼앗긴 암울한 시대였지만, 시대의 일상을 하루하루 살아가는 소시민들은 신문명과 구질서가 충돌하는 개화된 세상에서 더 나은 삶을 욕망했다. 이토록 아찔한 경성OBS 특별기획 프로그램 <세상을 움직이는 역사>에서 우리 근대의 변화상을 담은 여섯 가지 주제를 골라 엮어냈다. 우리 근대의 확산과 전파 과정에서 한 축을 담당했던 광고, 대중음악, 사법제도, 문화재, 미디어, 철도라는 여섯 가지 주제들을 통해 근대 조선인들의 삶과 욕망, 신세계 조선의 변화상을 만나보자.

 

>>출판사 서평

 

OBS 특별기획 <세상을 움직이는 역사>를 책으로 만나다!

OBS 특별기획 <세상을 움직이는 역사>는 지난 2010년부터 2011년까지 2년여 간 잊혀졌던 우리 역사의 장면들을 전문가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풀어내어 많은 사랑을 받은 역사 특강 프로그램이다. 특히 구한말, 일제강점기 우리 역사를 중점적으로 조명하고 더듬으며 역사의 애달프고 아픈 곳까지 되돌아보게 하여 큰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토록 아찔한 경성<세상을 움직이는 역사>에서 전문가들이 강의한 생생한 내용을 선별하여 글로 옮겼다. 특히 사회자이자 인문학자 남경태의 날카로운 시각이 돋보이는 역사토크-만약에는 이 책에 무게감을 더해준다. ‘역사토크-만약에는 남경태와 강연자가 역사적 사실을 가정하여 나눈 대담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기자는 누구였을까’, ‘일제강점기가 없었다면 우리나라에서 어떤 노래가 유행했을까?’, ‘일제 식민지가 되지 않았다면 조선의 법률은 어떤 길을 걸었을까’,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를 되찾을 방법은 없을까?’ 등의 질문을 던져 역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동시에 해당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다.

 

광고, 대중음악, 사법제도, 문화재, 미디어, 철도로 본 우리 근대 역사의 순간들

이토록 아찔한 경성광고, 대중음악, 사법제도, 문화재, 미디어, 철도라는 주제를 통해 거대한 정치적 흐름에 가려졌던 근대 역사의 작은 줄기들을 찾아내고 읽어낸다.

김병희 교수의 근대 광고강의는 신문과 잡지 광고를 통해 당시 사람들의 입성과 먹성, 삶의 품새를 가늠케 해준다. 당대의 광고를 직접 보면서 우리는 당시 사람들도 맥주와 청주를 즐겼으며, 자동차 드라이브를 선망하고 신사가 되고 싶어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영미 평론가의 트로트이야기도 흥미롭다. 일제의 식민지가 되지 않았다면 받아들이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트로트라는 장르가 뿌리내리고 세련된 도시 젊은이들이 듣는 노래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고, 이제는 트로트가 촌스러운 음악이 된 사연을 들어본다. 더불어 트로트 가사 내용에 묻어 있는 비극적 질감의 정체를 통해 당대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분석한 것도 흥미롭다.

김인회 교수의 근대 사법제도강의에서는 왜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일본 순사가 세상에서 제일 밉고 무서운 존재라고 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일제강점기 경찰은 사람을 잡아서 합법적으로 때리고, 가둘 수 있었는데, 이것은 일제가 판검사를 기용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경찰에게 권력을 주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이때 생긴 경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여전히 불식되지 못하고 있다.

이충렬 작가의 문화재강의는 일제강점기에 전 재산을 바쳐 우리 문화재를 수집했던 간송 전형필의 이야기와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들의 현황을 통해, 한 사람의 관심과 열정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해준다.

최영묵 교수의 미디어강의는 신문과 전화, 라디오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며 이것이 우리 삶에 어떤 식으로 뿌리 내는지 보여준다. 친일 단체에서 발간 허가를 받은 조선일보》《동아일보가 애국계몽운동을 펼친 사실은 미디어가 권력의 의지대로만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잘 드러내며, 뉴스거리가 없으면 오늘은 특별한 일이 없습니다.”라고 방송한 경성방송 이야기는 신문명이 전해지던 당시의 들뜨고 혼란스러운 시대 분위기를 짐작케 한다.

마지막으로 이수광 작가의 철도강의는 조선인들의 눈물과 고통으로 부설한 철도가 당시 조선인들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놓았는지 소개한다. 조선인들의 땅을 빼앗고, 강제로 공사장에 동원해서 만든 철도로 사람들은 창경원에 벚꽃을 보러 갔고, 일본 유학길에 오르며 신문명을 만끽했다.

 

우리 삶과 다르지 않는 근대 조선인의 삶을 엿보다!

우리가 역사에서 배우는 것은 아직도 우리가 배우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뿐이다.”라는 말이 있다. 투키디데스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말한 역사는 영원히 되풀이된다.”는 문구도 끊임없이 회자된다. 이 말들이 시사하는 바는 역사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준엄한 가르침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교훈은 배우지 않고 역사의 연속성과 필연성만을 강조하며 역사를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일본의 침략적 제국주의 확장과정을 배제한 채, 서양으로부터 전래된 근대문명이 일본에 의해 조선에 강제로 이식된 것을 두고 조선근대화가 일본에 의해 가능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근대를 다루며 빠지기 쉬운 함정이 우리의 근대화가 일본으로부터 이식되었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 근대화의 징후와 현상들이 대개 일제강점기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들은 다양한 사례들로 이미 근대의 씨앗이 우리 안에 자라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최초의 광고인 덕상 세창양행의 광고는 당시 독일을 비롯한 서구에서 우리나라를 하나의 시장으로 인식하고 있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일본이 아니더라도 근대화의 물결은 우리나라를 향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철도 역시 일본이 부설하였으나, 조선인들도 철도의 필요성을 이미 크게 느끼고 있었다.

이 책이 다루는 주제들은 여전히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독자들은 근대 조선인의 삶과 욕망이 지금 우리와 다르지 않으며, 그때의 사회상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근대 조선인이 선망했던 것은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아닌 주어진 욕망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현대인 역시 점점 더 자본주의적 욕망에 물들어가고, 근대화된 시간관념 속에서 개인적 시공간도 잃어버린 채 매스미디어와 신기술에 잠식되어간다. 우리가 역사에서 배우지 못한다면 역사는 영원히 되풀이될지도 모른다. 이토록 아찔한 경성을 통해 우리는 근대 조선인의 삶과 역사를 되돌아보며 당대의 현실과 역사의 교훈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 엮은이 소개

 

세상을 움직이는 역사사람들

 

한성환 PD

시사교양 부문에 관심과 열정을 가진 OBS의 고참 현역 PD. 옴부즈만 프로그램, 역사특강, 시사토론 등 속칭 재미없는 프로그램전문이다. 세상을 움직이는 역사를 연출하며 만약에코너를 만들어 변화를 시도하였으나 소기의 결과를 얻었는지 아직도 반신반의하고 있다. 현재 OBS 생방송 토론합시다를 연출하고 있는데, 곧 연암 박지원의 여정을 따라 다큐멘터리 신열하일기를 제작할 예정이다.

 

남경태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이해로 세상을 움직이는 역사를 진행하며 프로그램에 깊이를 더한 장본인이다. 지은 책으로는 종횡무진 한국사》《종횡무진 동양사》《종횡무진 서양사》《개념어 사전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CHINA_중국의 70가지 경이》《트로이, 잊혀진 신화등이 있다.

 

박인영 작가

OBS 우리시대,명불허전의 작가로 활약했고, 둘째를 건강하게 생산한 후 세상을 움직이는 역사에 참여했다. 현재 토론합시다에서 한성환 PD와 함께하고 있다.

 

>> 지은이 소개

 

김병희

서원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광고비평방법》《광고카피창작론》《한국 근대 광고 걸작선 100: 18761945등을 집필하였다.

 

김인회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법조윤리등을 공동 집필하였다.

 

이수광

소설가.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연애사건》《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경부선등을 집필하였다.

 

이영미

대중문화평론가. 흥남부두의 금순이는 어디로 갔을까》《광화문 연가》《한국인의 자화상, 드라마등을 집필하였다.

 

이충렬

작가. 간송 전형필》《그림으로 읽는 한국 근대의 풍경》《그림 애호가로 가는 길등을 집필하였다.

 

최영묵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언론과 민주주의》《방송 공익성에 관한 연구》 《한국방송정책론등을 집필하였다.

 

 

>> 목차

 

시작하며

 

1부 광고로 본 근대의 풍경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_김병희

 

2부 대중음악으로 본 근대의 풍경

트로트, 유행가 그리고 뽕짝_이영미

 

3부 사법제도로 본 근대의 풍경

순사가 잡으러 온단다_김인회

 

4부 문화재로 본 근대의 풍경

지켜낸 문화재, 지키지 못한 문화재_이충렬

 

5부 미디어로 본 근대의 풍경

라디오를 켜고 신문 위를 거닐다_최영묵

 

6부 철도로 본 근대의 풍경

기차, 그 매혹의 질주_이수광

 

맺으며

 

>> 추천의 글

 

OBS 특별기획 세상을 움직이는 역사프로그램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중반에 이르는 일제의 조선강점기 역사 속에서 우리나라의 근대가 결코 일본 제국주의에 빚져 있지 않음을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무심히 잊혀가는 우리 역사에 대한 건강한 시선을 확산하기 위해 전문가의 특강으로 마련한 이 프로그램은 2년간 100회 남짓 지상파 방송 OBS의 전파를 탔다. 이 책은 그 프로그램을 집적한 것이다. -OBS 대표이사 김종오

 

>> 본문에서

 

 1920년대까지의 광고들을 통해 우리는 근대인의 내면을 엿볼 수 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아이를 우량아로 키우고 맥주도 마시고 사진도 찍으면서 새로운 생활에 눈뜨게 됐고, 물건 사는 재미 같은 새로운 소비문화에 익숙해지게 됩니다.

당시 광고는 표현 자체가 뛰어난 것들도 있지만,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도 굉장히 앞선 것들이 많았습니다. 통신판매 광고라든가, 천연당 사진관 광고처럼 옆으로 눕힌 레이아웃을 한다든가, 죠일주쟝 청주 광고처럼 보더라인에 원을 그려 주목받게 한다든가 하는 여러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1920년 이전에 벌써 현대 광고의 원형질이 있었던 셈입니다. 광고를 배우지도 않은 광고주들이 어떻게 하면 더 광고를 잘할 수 있을까 고심했기 때문에 이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31쪽(‘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 김병희)

 

 

이 시기의 젊은이들은 민족 독립 같은 의식을 갖기 힘든, 식민지 후반기 세대입니다. 그래서 당시 일본의 최신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데 아무런 불편함이나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이들에게는 이 외국어 같은 음악이, 굉장히 편한 음악이 된 겁니다. 마치 지금의 우리가 서양음악을 불편함 없이 받아들이고 오히려 전통 민요를 불편하게 느끼게 된 것처럼 음악 언어가 완전히 바뀐 거지요. 이처럼 당시 도시 청년들의 음악 언어가 일본식 음악 언어로 완전히 바뀐 시점이 1934~35년이었고 이때 트로트가 완전히 정착하게 됩니다. 식민지 후반기가 되어서 한국의 대중문화가 안정됐던 건 바로 식민지 체제가 비교적 안정되고 식민지 후반기에 들어섰다는 이야기입니다. (……) 이처럼 트로트는 당시 신교육을 받고 일본어도 꽤 하는 대도시의 교육받은 젊은이들의 노래였습니다. 일본 대중음악의 트렌드였으니, 아주 세련된 음악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76~77쪽(‘트로트, 유행가 그리고 뽕짝’, 이영미)

 

 

수사기관은 기본적으로 체포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체포와 구속은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서만 가능합니다. 근대 형법의 기본 원칙입니다. 그런데 일제강점기에는 경찰에게 체포 권한이 있었습니다. 나아가 경찰은 체포한 사람을 억류해서 가둬놓고 합법적으로 고문할 수 있었습니다. 가벼운 죄일 경우에는 경찰이 직접 재판까지 합니다. 이것이 즉결 심판입니다. 태형령을 통해서 직접 형을 집행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이 재판하고 집행까지 하는 것입니다. (……) 이처럼 당시 사법제도의 특징은 경찰이 사법 절차를 전부 지배하는 것입니다. -118~119쪽(‘순사가 잡으러 온단다’, 김인회)

 

 

간송이 오랜 수소문 끝에 《훈민정음》이 안동에서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당시 김태준이라는 국어학자가 이 소식을 전했습니다. 간송이 “값이 얼마에 나왔느냐?” 하고 물었습니다. 김태준이 “좀 비싸다. 기와집 한 채 값을 달란다.”라고 전합니다. 그랬더니 간송은 “이 《훈민정음》을 기와집 한 채 대접을 해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기와집 열 채 값은 치러야 된다.” 하고 답하면서, 김태준에게는 수고비로 기와집 한 채 값을 전합니다. 드디어 《훈민정음》이 간송 손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당시 일제는 한글 말살 정책을 펴고 있었습니다. 훈민정음의 존재가 알려진다면 당장 빼앗기고 난리가 나겠죠. 그래서 간송은 훈민정음을 구한 일을 비밀에 부치고 오동나무에 넣어 베개 속에 집어넣고 잤다고 합니다. -175쪽(‘지켜낸 문화재, 지키지 못한 문화재’, 이충렬)

 

 

1927년 2월 16일 드디어 경성방송국이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를 내보는 것으로 첫 방송을 시작합니다. (……) 경성방송국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보면 신문과는 달리 말랑말랑한 내용들이 많습니다. 하루에 두 번 하는 뉴스는 관보를 그냥 읽는 형태였습니다. 생활 정보로는 곡물 시세, 일기예보 등을 내보냈고, 강연이나 음악을 내보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초기 경성방송은 시험방송 비슷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솔직한 방송이었죠. 요즘 방송은 정시에 정해진 시간만큼 뉴스를 하잖아요. 그런데 궁금하지 않습니까? 어떻게 매일 뉴스 시간, 분량이 비슷할 수 있을까? 어떤 날은 뉴스거리가 많고 어떤 날은 없고 그렇지 않겠어요? 당시 기록을 보면 아나운서가 나와서 말합니다. “오늘은 뉴스가 없습니다.” “오늘은 특별한 일이 없습니다.” -239~240쪽(‘라디오를 켜고 신문 위를 거닐다’, 최영묵)

 

 

철도라는 문명의 이기에는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많이 있습니다. 굉장히 빠른 교통수단이고, 물자를 빠르게 수송하는 것은 좋은 점입니다. 그런데 나쁜 점도 함께 생깁니다. 철도가 생기면서 철도에 뛰어들어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옛날에는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자살하는 경우에 대개 목을 매거나 극약을 먹었습니다. 칼을 찔러서 자살하는 경우는 드물었고요. 그런데 기차가 생기면서부터 기차에 뛰어듭니다. 특히 생활고에 시달리는 농민들이 그런 자살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일제강점기 때 농민들은 소작농이 많았습니다. 우리나라 땅들이 대부분 동양척식회사로 넘어가고, 동양척식회사는 그 땅을 일본인에게 싸게 불하합니다. 땅이 없는 조선인들은 일본인 대지주의 소작을 부치게 되죠. 그런데 소작료가 엄청나게 비쌉니다. 처음에는 20퍼센트, 나중에는 40, 60퍼센트까지 올라갑니다. 그러니까 흉년이 들면 소작료를 내고 나면 아무것도 먹을 것이 없게 됩니다. 오히려 빚만 남죠. 이런 상황이 되다 보니까 심지어는 딸까지 파는 일도 생기고, 열차에 뛰어들어 자살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279쪽(‘기차, 그 매혹의 질주’, 이수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