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 큐브릭 ( Stanley Kubrick  1928년 7월 26일 미국-1999년 3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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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적 성향과 대중을 상대하는 의외의 쇼맨쉽까지 겸비해 이중의 성공을 거머 쥔 스탠리 큐브릭

학교생활에는 잘 적응을 하지 못하는 소년이었고,

취미가 다양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13살때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16세의 어린 나이에  유명잡지사의  (견습)사진 기자가 되었다.

22세가 되던 해부터  몇 편의 단편 다큐멘터리와 B급영화를 제작하며 독학,,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비상한 작품들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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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간 그가 남긴 작품은 13편에 불과.

그의 작품 하나하나가 수작이며,  작품 중 중복되는 장르가 거의 없고, 하나하나가 영화계의 신화이며 전설.

대부분의 명감독들이 특정장르에 국한되어 실력을 보이는 반면,

SF, 전쟁, 스릴러, 공포, 드라마, 로맨스를 넘나들며 이 모든 장르에 걸작 한편씩을 남겼다.

무대도 18세기 귀족 사회부터 미래의 우주까지 능란하게 가로지른다.

공통점은 모두 소설을 각색한 영화라는 것.

 

스티븐 스필버그감독은 "스탠리 큐브릭은 그 누구의 영화도 베끼지 않았지만, 거꾸로 우리 모두는 그의 영화를 모방하느라 허덕였다"며 그의 열혈추종자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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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이전에 책을 읽어 본 적이 없다는 그가

영화를 만들고부터는 근대미술관의 필름도서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으며

무수히 많은 책을 읽었고, 자신의 지성을 두드리는 소설이 있으면 장르에 관계없이 영화화 했다

원작을 선택하고 각색하는 데 있어

가장 중점적으로 탐구했던 것은 인간의 숨겨 있는 본능, 금지된 심리, 혹은 악의 발현

그것을 예리하게 포착해서 오감을 자극하는 영화로 재탄생시켰다.

그래서 대부분의 그의 작품에는 '문제작'이라는 꼬리표가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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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완벽주의자인 스탠리 큐브릭은

촬영기술에도 엄청난 집착을 보여 당대의 영화제작기술력을 훨씬 넘어서는 시도

 반면 와이드스크린보다는 1.33 : 1의 스탠다드화면비를 선호했고,

유작인 '아이즈와이드셧' 역시 표준화면비를 사용했다.

음향도 서라운드시스템보다는 스테레오채널을 고집했다니 아이러니.. /일견,, 이해가 가기도 함.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1963>는 세트장 촬영의 새 시대를 열었고,

다큐멘터리를 가장한 질감과 관객들에게 심할 정도의 위압감을 유발시키는

극단적 로우앵글 등 무수히 새로운 기법을 적용시켰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1968>는 두 말 할 것 없는 특수효과의 교과서이다.

인류가 달에 착륙하기 1년 전에 만들어졌고 일반에게 공개되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우주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 한 경이로운 화면은

영화사상 최초로 사용된 컴퓨터 그래픽과 매트인팅 기법, 대규모 미니어쳐 촬영기법 등으로 연출된 것이다.

과학적 논리에 어긋남이 없는 무중력상태에서의 움직임, 특히

우주선을 360도 돌면서 운동하는 승무원의 모습은 길이 남을 명장면으로 

그에게 '테크놀로지의 마술사'라는 영광스러운 이름을 주었다.

찬란한 상상과 전문가들도 인정한 과학적 리얼리티는 역으로 실제 우주과학에 영향을 미쳤고,

인간의 사색의 한계 넘어선 듯한 무한한 이야기와 스펙터클한 영상은 시간이 지나도 퇴색하지 않는

미학적 가치를 가진다.

 

<시계태엽오렌지 1971>에서는 건물꼭대기에서 카메라 렌즈를 던지는 촬영을 시도했다. 

 

<베리린든 1975>에서는 18세기 영국을 그대로 재현하겠다는 고집으로

NASA에서 개발한 특수렌즈를 사용해 자연광과 촛불만으로 영화를 찍었으며,,,

 

<샤이닝 1980>에는 손에 들고 촬영해도 흔들리지 않는

특수카메라 스테디캠을 최초로 사용하여 공포감이 살아있는 움직임을 잡았다.

 

 

 

<풀메탈자켓 1987> 최신기술실험은 없으나,

비슷한 시기의 '플래튠'이 선과 악의 격돌 속에, 어쩔 수 없는 전쟁이라는 식의 해석에 비해,

'풀메탈자켓'은  월남전의 부조리성을 날카롭게  지적.

헐리우드가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아이즈 와이드 샷 1999> 최종 편집 중, 1999년 3월 7일 70세로,,, 갑자기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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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품의 준비기간과 촬영은 수 년에 이르기로 유명하고,  성미가 까다롭고 작품에 있어서는 완벽주의자다.

 

<샤이닝 1980>의 잭 니콜슨은 "다들 스탠리 큐브릭을 위대한 감독이라며 존경하지만,

그는 한 장면에 270번 NG컷을 부르면서 그 이유도 설명 못하는 놈이다." 라고,,

도끼를 들고 복도를 걸어가는 연기를 270번 반복했으니 말이다

<아이즈 와이드셧 1999>에서는 니콜 키드먼과 톰 크루즈가 거울 앞에서 포옹하는 짧은 장면을 촬영하는 데

일주일을 투자했다.

<2001 : 스페이스 오딧세이>은 64년에 시작하여 4년만에 완성했는데, 제작당시 제작사의 한 간부가  

2001년이 영화제목인지 아니면 영화 완성일인지 물었다는 일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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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린든 1975>의 제작비(11,000,000달러)가 <2001 : 스페이스 오딧세이 1968>제작비(10,500,000달러)보다 많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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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스탠리 큐브릭감독의 면면을 들여다 보면서, 처음엔

미국적인 미국을 위한 미국의 감독이란 느낌이 들기도 했었다. 

그러나 내가 본 <배리린든>은 영국적인 느낌이 더 강했었고,

그의 삶의 후반으로 가면서는,,, '보다 근본적인' 깊은 통찰력으로

작가의 태생적 한계를 뛰어 넘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대가임에는 틀림이 없다.

 

가볍게 훑어 보려 했던 것이었는데,,, 좀 길어졌다.

그의 작품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지기도 한다, 

외피를 벗은 인간의 본성을 파들어 간 감독의 후기 작품이 궁금.. 

그는 무엇을 보았을까? '무엇을 보여주고 싶어 했을까.'

<시계태엽오렌지 1971> <풀메탈자켓 1987> <아이즈 와이드 샷 1999> 찜!

 

솔직히,,, <배리린든> 살짝 지루한 부분이 있었는데,

<2001 : 스페이스 오딧세이>재미도 있지만, 졸다가 겨우 끝까지 다 보았다.

그는 관객을 즐겁게 해 주는 감독은 아닌 것 같다,

뭔가 관객에게 시대문화적 화두를 던져주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영화사에 오래 남을 '진지한 악동'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