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2회를 보고 ‘내가 처음으로 보았던 영화는 뭐였지?’하고 생각해보았습니다. 한참을 생각해보니 어두침침한 분위기와 함께 손오공이 막 몇 십 명으로 나타나는 장면이 떠올랐어요. 손오공이 극장에서 본 제 인생의 첫 영화였나봐요. 내용은 기억에 없구요. 손오공의 몇 가지 행적만 떠올라요. 봉 타고 날아다니고, 털 뽑아서 입김 분 후 손오공 자가분열, 법사님한테 혼나고...ㅋㅋㅋ엄마 옆에 앉아서 꺄르르 웃던 기억나요.

 

극장이란 곳은 많은 독특한 것들을 품어내는 장소 같아요. 많은 추억의 단편들이 이 곳과 이 주변에서 탄생했어요.

 

어렸을때 가까운 곳에 외당숙 댁이 있었는데 당숙아저씨가 언니랑 저랑 데리고 다니시면서 영화 많이 보여주셨어요. 스카라 극장과 중앙극장에 단골로 드나들었죠^^

머리 좀 컸다고 친구들과 명보극장 가던 일, 표 끊고 기다릴 땐 그 당시 최고인기식당 롯*리아 가서 햄버거세트메뉴 먹는 일이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극장 들어갈 땐 쥐포 필수...^^

그리고 방학하는 날 교복 입은 학생들로 바글바글거리는 극장안...이 시기를 위해 준비된 영화들 쏟아져 나오고요ㅋㅋ 죽은시인의사회, 유콜잇러브, 행복은성적순이아니잖아요, 라이언킹...등등....

그리고 첫사랑과의 추억이 깃든 영화극장 주변의 작은 공원이 생각나요. 이때는 영화가 눈에 안 들어옵니다. 얼마 전 이 근방엘 갔는데 이젠 영화극장이 아니더군요.

 

요즘 추억이 깃들었던 허름한 옛 극장들이 하나 둘씩 사라져가서 참 아쉽긴 해요. 새로 생긴 똑똑한 영화관이 시설면에선 비할 데 없이 편리하고 안락하고 깨끗하지만 우리세대에겐 그 이상은 주지 못하는것 같아요.

주차장을 짓기 위해 ‘씨네마 빠라디소’를 해체할 때 눈물 흘리던 나이든 주민의 마음을 지금은 이해할 만큼 저도 나이를 먹었나봐요.

 

전기현의 씨네뮤직이 있어 행복합니다.

이런 마음을 채워주는 유일한 티비 프로그램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