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에게 내 인생 최고의 영화를 말하라면.... 아마 적어도 한두시간쯤은 너끈히  계속해서  속사 포처럼 수많은 영화 제목들을 대야 할 것이다.^^ 그런 주옥같은 수많은 영화 중에서도 오늘은 옛사랑과의 특별한 추억이 담긴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영화 사랑의 블랙홀......

 <원제: Groundhogday, 1993년작, ( 고스터 버스터) 빌 머레이, ( 그린카드, 4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앤디 맥도웰 주연작품.)    

 

    대학시절 남자친구와  한창 알콩달콩 사랑을 키워가던 때였다.

 

   그 해 겨울, 감기 몸살이 너무 심하게 걸려 급기야 앓아 눕고 한 주간 남자친구를 만나지 못했다.

 

   그러던 중 남자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몸이 좀 나아지고 있다 하니, 기분 전환겸 내가 꼭 봐야 할 영화가 있다면서 이 영화를 추천했다.

  (마침 그날 밤 TV에서 이 영화를 방영할 예정이었다.) 나 못지않게 영화를 엄청 좋아하는 남자친구의 추천작이라서 설레는 맘으로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를 다 보고나서 남자친구가 나에게 무슨 말을 할지 무척 궁금했다.

   " 영화 보았어? 근데 아픈데 밤 늦게 까지 영화 보고 괜찮어?" 

   " 응! 나 괜찮어! 영화 보니까 오히려 힘이 불끈  솟는걸? 영화 안 보았으면 후회할 뻔 했다!"

 

   우리는 이렇게 전화로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하며  늦은 밤부터 밝아오는 새벽까지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그리고 영화를 본 그 다음날 저녁, 남자친구가 집 근처에 오겠다며 몸 괜찮으면 잠시라도 보자고 했다.

 

    일주일여만에 재회한 우리는 둘만의 추억이 있는 아지트로 향했다.

   

    남자친구는 다시한번 그 영화 이야기를 꺼내면서 나에게 말했다.

 

   " 우리 어제 그 영화 이야기로 전화기에서 불 나게 이야기 했잖아? 어제도 말했지만 나에게 그 영화는 정말

    특별한 영화야! 내가 그랬거든. 한 때 집안에 안 좋은 일까지 생겼는데, 주인공처럼 살면서 인간애도 별로 못 느끼고, 이기심에 가득찼고,  또 오랜 기간은 아니었지만, 늘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고 따분하고 의미없게느껴지고, 때로는 무기력해져서  뭘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할지도 모르겠고 방황하던 시절이 있었어.

  

    그러던 중 이 영화를 우연히 보게되었고, 똑같은 일상이라도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열심히 사느냐에 따라 하루하루가 달라보이고 달라진다고.. 어찌보면 누구나 다 아는 불변의 진리지만, 영화를 보면서 뼛속 깊숙히 느끼게 되었어. 지금도 이따금씩 느슨해지면서 내 일상에 불만이 생기려고 할떄마다 이 영화를 생각해.그러면서 다시 마음을 다 잡는거지. 그리고 오늘 널 만나서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었어. 

 

 만약에 너와 내가 만나고 있지 않거나 네가 날 모르는 상태에서 영화속 처럼, 그 하루가 어제와  완전 똑같이 반복된다면, 이미 무슨일이 다 일어날지 알고 정해진 일상이지만 , 나도 영화속 그 주인공처럼 그걸 오히려 이용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고,  또 널 만나고 사랑하기 위해 노력할거 같아! 아! 그런데 이렇게 말하고 왜 이렇게 쑥스럽지? 헤헤!"

 

  남자친구의 이 말을 듣고나서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정말 몰랐다.

  내  가슴은 ( 영화 이프온리에서 운명의 시간 직전 , 사만다가 이안에게 처음으로 가장 멋진 진실한 사랑고백을 받았을때의  그 기분처럼) 행복이란 누룩으로 한없이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이어서 남자친구가 건네준 난데없는 카세트 테이프!

  일주일간  보지 못하는 동안 ,날 위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팝음악과 영화음악들을 녹음한 공 테이프였다.

  (집에와서 들어보니 중간중간 음악에 대한 설명과 나에게 전하는 그의 메시지도 녹음되어 있었다.)

 

  31회 < 사랑을 고백하다>편을 보고나서,  사랑의 블랙홀이란 영화와 더불어  오래전에 헤어지고, 이제는 다른 여자분의 남편이 되어버린 그 친구가 불현듯 떠올랐다.

 

  대학 졸업 무렵 헤어지고 나서 ,졸업 후 2년여 뒤 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다시 사귈 의향이 있냐고 물었을때, 매몰차게 거절했던 기억이 난다.

  

   그 때는 몹시 혼란스럽고 당황되었고, 한번 상처로 남은 사랑.... 다시 만나 예전처럼 잘 지내면서 온전히 사랑을 지켜갈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 뒤로 한번의 우연한 만남과  여러번의  전화, 그리고 약속된 2번의 만남끝에 우리는 더이상 연락하지 않았고,

   그렇게 서로의 기억속에서 점차 잊혀져 갔다.

 

    만약 그 당시 남자친구가 다시 만나고 싶다고 헀을때 내가 승락을 했더라면...그에게 한번 더 기회를 주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내게  용기가 부족했던 것일까......... 우리에게도 행복한 시간이 있었고, 정말서로 사랑했었는데..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내 뇌리를 스쳐갔다. 이제는 돌이킬 수도 없고 다 부질없는 일... 그렇게  쓸쓸한 미소와 함께 향긋한 허브차를 마시며 하루 일과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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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영화 한번쯤 꼭 보시라고 모두에게 추천해 드리고 싶은 영화입니다. 왜 바쁜꿀벌이 이토록 추천하는지

  보시면 아십니다. ^^   영화는 부담없이 볼 수 있는 환타지 장르이지만,  우리네 일상에 대해 한번쯤 성찰하고 되돌아보게 만들며, 의미심장한 메세지를 전하는,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 범상치 않은 포스의 영화 ,< 사랑의 블랙홀> 입니다.

 

  ( 첨부파일 사진은 < 그린게이블즈의 앤>  ( 추억의 만화 빨간머리 앤) 입니다.